마케팅 에이전시, 그놈이 그놈이다.
by NOMAD ・ Nov 2021
'광고 회사를 잘 못 만나서 사업이 망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일하면 종종 듣는 말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좋은 에이전시, 좋은 담당자를 만나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담당자는 수시로 바뀌며, '광고주의 성공'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광고비를 많이 쓰게 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에이전시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툭하면 사탕 발린 말로 새로운 매체를 제안하고, 성과를 뻥튀기하며,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제시 없이 막연히 기다려보라는 말만 하는・・・. 이런 상황들은 한번이라도 에이전시와 일해본 비즈니스라면 꽤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성패를 온전히 광고 회사로만 돌리는 건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광고 회사가 있습니다. 특히 에이전시업은 누구나 쉽게 무자본으로 뛰어들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매우 낮고, 이러한 이유로 전문성의 격차가 매우 극단적으로 벌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에이전시를 선정하기 전에는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누구나 쉽게 스스로를 전문가로 포장하고,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리적인 요인' 때문입니다. 인하우스 마케팅팀이 체계적으로 잘 편성되어 있다면 내부적으로 해결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인력도 부족하고, 손발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에이전시에 광고 대행을 의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는 인하우스에서 대부분의 고민을 직접하고, 에이전시에서는 광고에 대한 운영만 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 것이 아닌 이상, 에이전시는 말 그대로 '광고의 운영'과 '성과 보고'만이 그들의 책임이라고 말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클라이언트는 이러한 에이전시에게 매출 향상을 기대합니다. 기대 정도가 아니라 많은 매출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에이전시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성과는 좋은 기획+운영에서 나오는 것이지, 단순히 좋은 운영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브랜드가 보유한 에셋 자체가 엉망이라면 그 누구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에이전시를 변경하게 되는데, 다음 에이전시를 만나게 되더라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는 에이전시와 안 좋게 끝나거나, 결국에는 서로 책임을 추궁하는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후 전문 인력 채용을 통해 인하우스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하우스에서 검색 광고에 대한 진행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다면, 더욱 전문적인 검색 광고 에이전시에 의뢰해서 진행합니다. 그렇다면 에이전시에서 광고 운영 및 보고까지 대신해서 진행합니다. SNS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 소재도 만들어야 하고, 광고 운영도 해야 하고, 매일 같이 확인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이런 일을 진행할 시간도, 인력도, 경험도 부족하다면 여러 면에서 에이전시에 맡기는게 훨씬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광고 대행'을 한다는 것이 곧 '매출을 책임진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만약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인하우스에서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광고 소재 및 세팅이 문제인지, 가격이 문제인지, 사진이 문제인지, 카피라이팅이 문제인지, 상세페이지가 문제인지, 제품이 문제인지, 디자인이 문제인지, 결제 시스템이 복잡한 건지, 날씨와 같은 외부 요인 때문인지….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으며 매우 복합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막연히 모든 책임을 에이전시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 에이전시에게도 많은 책임이 존재합니다. 같은 예산을 사용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달시키고 참여 및 구매 전환을 유발할 수 있느냐, 즉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얼마나 잘 하는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원할한가 등 많은 책임이 존재합니다. 다만 이 글의 요지는 단순히 인하우스의 '물리적인 요인'을 개선하고자 에이전시에 광고 대행을 의뢰한 경우, 에이전시에게 매출 성장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ROI(투자 대비 수익률), ROAS(광고비 대비 매출)와 같은 매출의 개념보다는 CPC(클릭당 비용), CPA(액션당 비용), CTR(클릭률), 광고 소재 기획/제작, 데이터 분석 등 광고 성과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광고 성과는 같은 광고를 진행하더라도 에이전시 또는 담당자의 실력에 따라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는 건 욕심입니다. 한가지 비즈니스를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고민한 경영진도, 인하우스 담당자도 못 하는 일들을 에이전시의 월급 2-300만 원 받으면서 수십 개의 클라이언트를 매니징 하는 담당자가 비단 1개월 - 2개월 만에 이뤄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도 제대로 보지 않고 무작정 예상 ROAS를 보내하거나, 매출에 대해 호언장담하는 에이전시들이 많은데, 이 경우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물리적인 요인'이 아닌, '기획적인 측면'에서 에이전시를 이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에이전시를 찾는 중・소규모 비즈니스는 단순히 손발을 덜기 위해 에이전시를 찾지 않습니다. 사업 경험이 부족하거나,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내부에 전문 인력이 전무해 마케팅 전략 수립이나 기획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비즈니스의 문제점 파악은 커녕, 광고 매체도 다뤄본 적 없고, 광고 소재는 어떻게 만들고, 매일 수많은 광고 회사의 영업 전화와 이메일에 시달리고, 제품 촬영과 각종 디자인은 재능 마켓에 의뢰하거나 가장 저렴한 곳에 맡기고, 제품은 오픈 마켓에 무작정 업로드하고, 인플루언서에게 어설프게 협찬도 해보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SNS 채널도 운영해 보고, 각종 마케팅 모임과 스터디, 강의도 들어보지만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에이전시에 마케팅을 의뢰해도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획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에이전시를 찾으려고 해도, 그러한 곳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에이전시는 현실적으로 인당 생산성(Productivity per person)이라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한 명의 담당자는 적게는 세 곳, 많게는 수십 곳의 클라이언트를 운영 또는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한 클라이언트에게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에이전시는 광고 외적인 문제점 파악 및 개선에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그들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즉, 마케팅 에이전시는 그놈이 그놈입니다.
이러한 배경이야말로 노마드가 종합 에이전시가 된 이유입니다. 고객의 성장이나 매출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수수료가 목적인 광고 대행사, 비전문적인 영업 사원 위주로 구성되어 고객을 우롱하는 영업 조직, 기획 없이 획일화된 광고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실행사 등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마케팅 시장에서 노마드는 ‘성과로 증명하는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비전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하지만 팔리는 상품(서비스)과 좋은 상품(서비스)은 엄연히 달랐고, 하나의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충족되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고객의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변화해야만 했습니다. 광고 대행의 영역을 넘어서, 포괄적인 영역의 종합 마케팅과 브랜딩까지, 비즈니스의 성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수행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니즈를 갖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와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